짐 치
 |
 |
|
김종태( 1971~ ) 시인·김천 태생·호서대학교 교수 |
짐치는 곰삭은 멸치젓만이 함께 해야 한다 짐치는 삼한사온 푹 쉬지 않을 만치 짜야 한다 짐치는 첫서리 내린 땅 파 앉힌 독 속에 익어야 한다 짐치는 허연 무시를 숭덩숭덩 안아야 한다 검정 깨소금에 감칠맛 솔솔 살아나는 어매의 짐치 짐치는 그 결을 따라 손으로 찢어먹어야 한다 양지 바른 산등성이 씨를 뿌리고 배차가 잎을 키우면 벌레 손수 잡고 배차 폭이 벌면 그 품을 짚으로 묶어 서리 내리기 전 수확하는 내륙의 마감 김치라고 부르면 애벌레 하얀 속잎으로 몸을 숨기듯 제 맛을 잃어버리는 김치 어매의 국어사전엔 김치가 없다 배추가 없다 무가 없다 오직 짐치와 배차와 무시가 뒤범벅일 뿐 짐치라고 부르면 장꽝 옹기들처럼 옹기종기 앉아 버무리던 젓국물 고치 마늘내 된바람에 실려오고 짐치라고 불러 보면 삼동내 문풍지 바람 떨릴 때 설설 끓던 아랫목같이 목울대 울렁인다 ■ 우리 조상은 김치를 한자어로 沈菜(침채)라 쓰고, 순우리말로는 ‘딤채’라 했다. 채소가 소금물에 절어 짭조름한 맛과 촉촉한 질감이 생성되면 양념과 젓갈을 버무려 먹는, 발효까지 되면 시큼한 맛까지 더 해지는, 우리 고유의 채소식품이다. 이 말이 ‘짐치’로 변했다가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 평안도 방언에는 ‘딤치’로, 여러 지방에서 ‘짐치’라 일컫는다. ‘짠지’라고도 한다. 김치는 장(醬)과 더불어 전해온 한국인의 원초 음식.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일본의 ‘기무치(キムチ)’와는 확연히 다르다. ‘기무치’는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우리는 밥에는 물론 떡, 국수, 라면에도 김치를 곁들여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동치미, 나막김치, 열무김치, 머리를 땋아 위로 올린 무청 모습의 무로 만든 총각김치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를 ‘짐치’라 불러야 제 맛이 남을 시는 시큼하게 일러주고 있다. <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