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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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송태준
(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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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산에 묘를 썼소, 꽃불은 언제 지피누
들뜨면 낭패라니까, 저리 지는 꽃비 보오
창 안팎 베개송사로 온 밤이 자작댄다.
■ 오랫동안 고위 행정 공직생활을 끝내고 이순에 시조문학에 입문한, 송태준 시조시인의 시조집 『바람의 노래』(알토란북스 2021)에 실린 작품이다. 김천 삼락동 출신의 송 시인은 전국단위의 백일장과 201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서 문명(文名)을 날린 이력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시조를 양산하고 있는 시인이다. 「봄비」는 종장 3·5·3·4의 2구를 3행으로 배열해 1연을 삼은 현대시조. 형태상 이런 파격을 보이며 시조의 정형미학을 잘 살려내고 있다. 봄밤에 창 안팎으로 전개되는 봄비소리를 과감하고도 능청스레 ‘베갯밑송사’에 유추시켰다. 남자가 밖에서 아무리 공평하게 일을 처리해도 부부가 잠자리에 들면 부인의 청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소송까지 간다 해서 ‘베개 밑에 송사난다“란 말이 생겨났다. ‘베개송사‘ ’베갯머리송사‘ ’베개밑공사‘라고도 한다. 시의 화자는 봄비소리를,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이라고 과감한 표현을 했다. 시각, 청각 등의 복합감각을 동원해 대화체로 전하는 압축과 긴장이 있다. 시조 「봄비」는 대상과 화자의 내면을 오가는 대화체 서사를 재미있게 전개시키고 있다.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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