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대한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의 관심이 높다.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용구 원장의 관심은 ‘당연한 것’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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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구 김천의료원장 |
김천의료원이 가지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위치까지 더해지면서 열정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김천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례 5개 면민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점점 늘고 있는 고령층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부족한 일손을 메꾸기 위해 김천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까지 포함 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더 약자로 보아야 합니다. 지역 주민의 경우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소통이 되지 않아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불법체류자는 병원에 갈 생각도 못합니다. 우리 권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료를 보니 김천이 1.5%(2천200명), 구미가 1.1%(4천600명), 고령 4.5%(1천500명), 성주 3.4%(1천500명), 칠곡 3%(3천600명)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부족한 일자리를 메꾸기 위해 온 외국인 노동자가 이제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됐다. 그런데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공의료기관인 김천의료원이 먼저 시작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것도 정 원장이 가장 앞서 실천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 등 7개 국어를 할 수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진료의 시작은 의사소통입니다. 그 다음은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합니다. 낯선 병원에 두려움을 느끼는 환자가 많습니다. 편안한 화제로 긴장을 풀고 신뢰를 주어야 비로서 제대로된 진료를 할 수 있습니다.”
구미에 거주하는 중국인 노동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불법체류자였는데 가족이 찾아온 것이다. 중국어 강의를 할 정도로 능숙한 중국어로 안정부터 시킨 다음 검사를 했는데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투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었더니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의료혜택은 생각도 못했는데 정 원장과 김천의료원 덕분에 치료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입소문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치료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료들에게 김천의료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김천의료원이라면 믿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평이 돌면 김천의료원의 이미지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김천시의 위상이 올라갑니다.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이미지까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천의료원을 쉽게 찾아와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진료와 치료에는 돈이 필요하다. 의료보험이 있어도 망설이는데 의료보험이 없는 불법체류자는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의료보호환자 수준에 맞춰서 대우하고 있다. 의료보호환자는 사회적 약자로서 검사비용을 받지 않는 환자들이다. 약값만 받고 있어 부담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다.
경북도와 김천의료원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1억원의 재정이 있다. 이것으로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부족한 경우 김천의료원에서 5월 1일부터 모으고 있는 발전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발전기금은 김천의료원을 발전시키는 기금이 아니라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기금이다. 제일 먼저 기금을 낸 사람이 정 원장이다. 현재 900만원 상당의 기금이 모여 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경북도-김천의료원 1억원까지 더하면 외국인 노동자의 진료 횟수와 진료시간을 늘이는 것도 가능하다.
확대 적용을 계획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진료에 대한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외국인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 김천의료원 직원들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천외 타 의료원에서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 진료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잘 정착시켜 확대보급되면 다른 의료원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김천의료원이 선도 사례가 되어 타 지역까지 보급되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러시아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정 원장은 미국, 일본 유학을 통해 언어를 익혔다. 그 과정에서 언어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제일 먼저 시작한 중국어는 의사소통을 넘어 강의도 가능하다. 다른 언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된다.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재미가 생겼습니다. 노하우는 외국인 진료 및 사회취약계층 진료에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초기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효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원장의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대상은 김천의료원을 찾는 전라북도 무풍면, 지례 5개면, 황간 상춘면 등이다. 차량을 이용해 직원들 중 희망자들과 직접 찾아가는 의술을 펼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 원장의 관심과 열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