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천신문 |
|
이 과장은 참 별명이 많다. 누군가는 효동어린이집의 보물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날개 없는 천사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효동어린이집을 지켜온 지킴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과장이 본업인 운전 이외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출근해서 효동어린이집을 청소한다. 코로나 시국인 요즘에는 혼자서 방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교사가 오기 전에 혼자 해치워 버려 다른 사람들이 미안할 지경이다.
틈이 나면 넓은 잔디밭을 다니며 휴지를 줍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효동어린이집이 끝나면 도로로 나선다. 거기서 또 청소를 하고 다닌다.
“눈이나 비가 오면 평소보다 서두릅니다. 눈을 치우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운전도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내가 힘들더라도 정확한 시간에 아이를 태우고 내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아이들, 부모님들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고 했는데 이 과장은 해야할 일을 끝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늘 할 일을 찾아다니고 반드시 마무리를 짓는다. 이런 이 과장의 행동은 효동어린이집 관계자들에게는 일상과 마찬가지가 됐다.
이 과장과 효동어린이집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자리에 효동어린이집이 들어온다고 알려졌을 때 인근 마을에서 반대가 심했다. 특수아동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당시 이 과장은 인근 마을의 통장으로 있었는데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것이 인연이 돼 배영희 원장이 운전기사 자리를 제안했고 이 과장은 흔쾌히 받아 들여 오늘에 이르게 됐다.
배영희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 과장은 효동어린이집의 지킴이다. 앞으로 100년은 더 일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넬 정도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이 과장은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17년간 행동으로 배 원장의 기대에 500% 보답해 왔다.
“노란색 버스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닙니다. 효동어린이집은 특수아동을 대상으로 등원과 하원을 하고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휄체어 등 기구를 사용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법을 몰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전문가가 됐습니다.”
이 과장의 도움은 휠체어 사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사 대부분이 여자이다보니 남자보다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과장은 남자의 힘을 보여줄 때도 많다.
올해로 60세가 되었지만 아직은 정정하다. 방역하고 청소하고 운전하고 아이들을 안고 업어도 괜찮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힘이 부족한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는 배영희 원장의 말처럼 이 과장이 효동어린이집의 지킴이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 한다.
누구의 칭찬이나 지시가 아니다. 스스로 원해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이라는 생각보다 즐겁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