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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의 역사인물 기행 [6]

다산 정약용(丁若鏞)
유배지에서 꽃피운 주역대도(周易大道)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2일

다산 정약용(丁若鏞)
유배지에서 꽃피운 주역대도(周易大道)

칼럼니스트·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 김천신문
정약용(1762~1836)의 자는 미용(美庸), 송보(頌甫), 호는 다산(茶山), 사암(俟菴), 여유당(與猶堂) 등이며 본관은 나주이다. 성균관 유생 시절부터 정조의 각별한 관심과 총애를 받으며, 28세 때에 대과에 급제하면서 승승장구하였다. 하지만 그의 나이 40세가 되던 해, 남인과 서학(西學) 신봉자를 탄압하는 신유박해(辛酉迫害)가 일어나면서 그의 꿈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천주쟁이(천주교도)로 체포되어 경상도 장기현을 거쳐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다산은 한양으로부터 언제 사약(死藥)이 내려올지 모르는 위태로운 귀양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뒤틀린 인생을 되짚어보기 위해 주역에 몰두하였다. 주역은 역자상야(易者象也)라는 말이 말해 주듯, 세상 만물이 자연이란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조화되고 변화하는지를 64괘, 384 효의 코드로 표현한 음양학이자 철학이다, 하지만 주역은 불가근불가원의 경서(經書)라 할 만큼 난해한 학문이다. 일찍이 공자는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고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는가 하면,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주역에 빠져드는 바람에 평생 지병에 시달리며,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정복할 수 없는 것이 주역이라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주역이 이처럼 난해한데도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주역이 갖는 ‘음양의 도리(一陰一陽之謂道)’를 깨달아 지혜롭고 현명한 삶을 영위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다산은 이미 백련사 주지 아암(兒庵) 혜장선사(惠藏禪師)와의 곤초육수(坤初六數) 문답을 통하여, 그의 무릎을 굵게 할 정도로 주역의 대가였다. 그러나 주역은 ‘고독한 자의 벗’이란 말과 함께, 알면 알수록 더욱더 주역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한 마력(魔力)이 있다. 다산은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손에서 주역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산에게 주역은 유배의 고통과 고독을 승화시켜주는 유일한 도구이자,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이었다. 다산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주역의 거대한 늪 속으로 더욱더 침잠(沈潛)하여 갔다.

주역에는 ‘4대 난괘(難卦)’가 있다. 이들 난괘는 악(惡)과 난의 에너지가 두드러진 둔괘(屯掛), 감괘(坎卦), 건괘(蹇卦), 곤괘(困卦)이다. 다산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맏형 약현(若鉉)과 매형 이승훈(李承薰)이 참수되고, 셋째 형 약종(若鍾)은 장살 되었다. 그리고 둘째 형 약전(若銓)과 막내였던 다산 자신은 참수형에서 유배형으로 감형되었다. 악운 중의 악운이요, 난괘 중의 난괘이다. 주역은 이런 괘상(卦象)을 보고 “그간의 일에서 손을 떼고 시세의 변화를 관망하며 근신하면 후에 형통하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비록 현실에서 천하를 바로 잡을 기회는 잃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세상엔 웅재대략(雄才大略)을 품었지만, 꿈을 펼칠 대운(大運)을 타고나는 경우보다, 회재불우(懷才不遇)로 절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법이다.

1808년 무진년은, 다산이 한양에서 천 리나 떨어진 전라도 땅끝 만덕산(萬德山)자락 귀양지 다산초당(茶山草堂)에 몸을 의탁하여, 주역에 몰두한 지 8년 차가 되던 해이다. 다산은 발목의 복숭아뼈가 세 번씩이나 닳아 없어지는 고통을 참으며, 주희(朱熹)의 『주역본의』에 근거한 추이(推移), 효변(爻變), 호체(互體), 물상(物象)의 사법(四法)에 관한 『주역사전(周易四○)』 전 24권을 완결하는 주역대도(周易大道)를 실현하였다. 이후 다산은 무엇에 홀린 듯 집필에 매진하여, 『다산문답』, 『아방강역고』, 『논어고금주』, 『맹자요의』, 『심경밀험』,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한 사람이 일평생 읽기도 벅찬 5백여 권의 책을 연이어 저술하였다.

다산은 57세 때에 18년간의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고향인 경기도 양주 여유당으로 돌아와, 자신의 학문을 정리하며 18년을 더 살았다. 만약 그에게 유배의 고통이 없었다면, 불세출의 경세가 다산의 고귀한 학문과 사상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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