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바나 와 함께 199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씬 의 영웅으로 평가되는 펄 잼(Pearl Jam)은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면에서는 오히려 너바나 를 앞선다. 그런 펄 잼의 이미지를 웅변하는 시간이 바로 1994년부터 티켓 마스터와 1년이 넘게 벌였던 소송 시간이다.
1994년 5월 6일, 펄 잼은 예정되어 있던 여름 투어의 전격 취소를 발표 했다. 그리고 그 해 6월 30일 투어 대신 법정에 서서 티켓 독과점에 관한 증언을 하게 되는데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당시 티켓 마스터는 미국 전 지역의 콘서트 티켓의 70% 이상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실질적인 독점 기업이었다. 거의 모든 뮤지션들이 공연을 위해 티켓 마스터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94년 3월, 펄 잼은 티켓 마스터가 티켓 가격을 너무 높이는 바람에 돈 없는 사람은 공연도 볼수 없게 되었다며 티켓 마스터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천명했다. 티켓 마스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연계의 공룡 티켓 마스터의 반격은 거셌다. 티케 마스터는 그들과 연계된 공연장 측에 펄 잼의 공연을 유치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고 공연장을 구하지 못한 펄 잼이 급기야 그 해 5월 6일, 여름 투어의 전격 취소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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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펄 잼은 티켓 마스터를 법무성에 정식으로 고소했고 이 때부터 펄 잼과 티켓 마스터의 지리한 소송이 시작되었다. 티켓 마스터와 맞선 펄 잼의 전쟁은 그러나 힘겨워 보였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도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윗은 그럼에도 이겼지만 펄 잼은 끝내 패했다는 것, 13여 개월을 끈 지리한 법정 공방은 1995년 7월 5일, 법무성이 티켓 마스터에 대한 더 이상의 조사를 기각함으로써 펄 잼의 판정패로 끝났다. 펄 잼은 소송에서 패한 후 공식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고 법정의 이번 조치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볼 사람은 바로 라이브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며 그들의 권익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펄 잼은 비록 패했지만 팬들을 위해 거대 기업을 상대로 그들이 벌였던 의로운 전쟁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무도 가지 않던 그 길을 얼터너티브의 전사 펄 잼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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