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농사
 |
 |
|
서석철/시인·김천문인협회원 |
야성으로 돌아간 들개처럼 뜨거운 여름 물 한 모금 없이도 잘 살아낸다는 들깨를 심었더니 봄부터 들깨농사 소문이 났네 서 말 정도 떨겠냐고 묻기에 내심 한 말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 씨방 속에 숨어서 가을을 염탐할 때 늦은 태풍 두어 개 지나가고 풍성하던 육신을 눕혀 한 이틀 햇살에 살라 들깨 향 짙은 바삭해진 몸을 두드리니 토성에서 바라본 지구 같은 우주들이 삼억 개의 정자처럼 쏟아져 내린다 알곡에 섞여 있는 쭉정이까지 서 되 분별심을 버리라 했거늘 결핍의 공간에 욕망을 채우지 아니한 속 빈 들깨를 바람에 날리고 물에 띄워 구별하니 두 되 세상에 꺼둘리지 않고 속없이 살아온 쭉정이 한 되 ■ 들깨는 초여름에 파종해 여름 장마가 지나가다 비가 잠시 멎을 때 아주 심기해서, 들깨잎이 누렇게 물드는 10월 경에 수확한다. 깻잎용이라면 작은 텃밭 규모로 길러도 되지만 털어서 기름을 짤 정도의 양이라면 어느 정도의 면적은 있어야 한다. 들깨 수확에는 여름 태풍을 견디고 난 가을날 큰 비를 피해 털어,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는 분별력이 필요다. 이 세상 생산물엔 어디 알곡만이 있으랴, 쭉정이도 제법 있다. 시의 화자는 ‘속없이 살아온 쭉정이’도 얕잡아 보지 아니 한다. 제 욕망을 마구 채우지 아니 한, 무엇에 움켜잡혀 마구 휘둘리지 않은 쭉정이의 겸허함을 유심히 지켜본다. 세상살이 겸허해야할 것이라 간접적으로 훈계를 전하는 시다. <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