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의 역사인물 기행[18]
난고 김병연(金炳淵, 1807-1863) “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시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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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金笠)이란 이름으로 조선 후기 파란 많은 삶을 살아야 했던 풍자시인 김병연의 본관은 안동(安東), 자(字)는 성심(性深), 호(號)는 이명(怡溟), 지상(芝祥)을 비롯하여 난고(蘭皐) 등이 있다. 1812년, 병연의 나이 6세 무렵 선천부사(宣川府使)였던 할아버지 익순(益淳)이 당시 평안도 일대를 휩쓴 홍경래(洪景來)의 난(亂)에 투항한 죄로 참수당하자, 병연은 형 병하(炳河)와 함께 노복 김성수(金聖洙)의 도움으로 황해도 곡산(谷山)으로 급히 피신하였다.
조부 김익순이 처형된 이후 병연의 가족은 멸족(滅族)에서 폐족(廢族)으로 감형되었지만, 병연의 부친 안근(安根)은 가문의 몰락을 막아내지 못한 죄책감에 화병으로 죽었다. 이후 병연의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하여 강원도 영월로 이주하여 숨어서 살게 되었다. 집안의 내력을 모르고 자란 병연 형제는 여염집 아이와 다름없이 성장하여 결혼까지 하였다. 하지만 병연은 신동(神童)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문장이 뛰어난 데 문제가 있었다. 그러던 그의 나이 20세 때에 향시(鄕試)에 급제하면서 사단(事端)이 터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나온 시제(詩題) 역시 “역적 김익순(金益淳)의 죄를 논(論)하라”였다. 집안의 내력을 모르고 자란 그는 일필휘지 "선대왕이 보고 계시니 구천에도 못 가며,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萬) 번 죽어 마땅하리라!"라고 글을 지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글솜씨를 자랑하다, 김익순이 자신의 친조부(親祖父)임을 알게 되면서 자책과 번민에 빠졌다. 조상을 욕한 천형(天刑)으로 죽장(竹杖)에 삿갓 쓰고 그가 처음으로 발길을 향한 곳은 금강산이었다.
“나는 지금 청산을 찾아가는데(我向靑山去)/ 푸른 물아 너는 어찌 흘러만 오느냐(綠水爾何來)”(하략). 발길 닫는 곳마다 한잔 술로 시를 쓰고 그렇게 전국을 떠돌길 십수 년, 하늘을 바로 볼 수 없는 죄인의 삶은 그야말로 고행이었다. “스무나무 아래 앉은 설 운 나그네(二十樹下三十客)/ 망할 놈의 마을에선 쉰밥만 주더라(四十村中五十食)/ 인간에게 어찌 이런 일이 있는가(人間豈有七十事)/ 내 집에 돌아가 선 밥 먹느니만 못하구나(不如歸家三十食)”. 하지만 이제 와 처자식을 다시 찾을 체면도 면목도, 아니 무엇보다도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버렸다.
한 번은 충청도 계룡산 근처로 둘째 아들 익균(翼均)이 찾아왔다. 훌쩍 커 버린 아들을 재워놓고 몰래 도망치듯 주막집을 빠져나왔다. 그다음 1년 만에 경상도 어느 산촌으로 찾아온 아들을 이번에는 심부름을 보내놓고 도망하였다. 그리고 3년 뒤 강원도에서 다시 아들을 만났다. 이번엔 반듯이 귀향하겠다고 아들과 굳게 약속까지 하였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서지 않았다. 용변을 보고 오겠다는 핑계로 아들을 따 돌리고 서둘러 떠났다. 병연이 쫓기듯 혈육의 손을 뿌리치고 고향과 반대 방향으로 떠나는 강가 나루터에서 급하게 나룻배에 올랐다.
뱃사공을 보니 여자였다. 병연은 한껏 느긋한 자세로 “여보 마누라, 노 좀 잘 저으시오!”라고 하자, 사공이 깜짝 놀라 “제가 어째서 마누라가 되옵니까?”라며 반문하였다. 병연은 태연하게 “내가 임자의 배에 올랐지 않소”라고 하였다. 강을 건너 병연이 배에서 내리자, 뱃사공이 기다렸다는 듯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아들아! 잘 가거라.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 지금부터는 내 아들이지요”, 병연은 오장육부가 터지도록 껄껄껄 허공을 향해 웃었다. 우리 문학사에 풍자와 해학으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개척하였던 그는,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지방을 떠돌다 화순군 동복면에 이르러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다. 뒤에 아들 익균이 아버지의 시신을 영월군 태백산 기슭 집 뒷동산에 옮겨 묻었다. 그의 시를 묶은 『김립시집(金笠詩集)』이 남아있다.
최재호, 칼럼니스트/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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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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