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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의 역사인물 기행[22]

흉노(匈奴), 그들은 누구인가?
흉노족과 천고마비(天高馬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10일
ⓒ 김천신문
천고마비라는 말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는 뜻으로 가을을 표현하는 대표적 사자성어이다. 어디 구슬이라도 하나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쨍그랑하고 깨어질 것만 같은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누구나 한 번쯤 되새겨 보는 말이 ‘천고마비’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말의 역사적 유래를 살펴보면 그렇게 낭만적으로만은 태어나지 않은 듯하다.

기원전 3세기를 전후하여 중국 북방에 터를 잡아온 흉노족은 은(殷)나라를 거쳐 주(周), 진(秦), 한(漢)의 삼왕조(三王朝)와 육조(六朝)에 이르는 근 2000년 동안 중국의 북쪽 변경 농경 지대를 끊임없이 침공하며 약탈을 일삼았던 강인하고 용맹한 민족이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군주들은 이들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항상 고심하였고, 전국시대에는 연(燕), 조(趙), 진(秦)나라가 북방 변경에 성벽을 쌓았다. 그리고 중원의 천하를 통일하였던 진시황이 기존의 성벽을 수축하고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기동력이 강한 흉노의 침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흉노족은 중국의 북쪽에서부터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일대에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방목과 수렵으로 살아가는 타고난 기마민족이었다. 이 같은 흉노로서는 초원이 얼어붙는 긴 겨울 동안 먹고살아야 할 양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다행히 봄부터 여름까지 잘 자란 풀을 배불리 먹은 말들은 가을이 되면 토실토실하게 살도 오르고 힘도 좋아진다. 흉노족은 겨울이 되기 직전 튼튼해진 말을 타고 번개처럼 국경을 넘어 들어가 곡식이며 가축을 탈취하여 바람처럼 사라지곤 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각 왕조나 백성들로서는 가을철만 되면 언제 또다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국경을 수비하는 병사들은 말이 살찌는 가을철만 되면 활줄을 갈아 메고, 활촉과 칼을 갈며 경계를 철저히 하였다. 여기에 시인 두보(杜甫)의 조부인 두심언(杜審言)이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변방으로 떠나는 절친한 친구 소미도(蘇味道)를 위로하기 위해 적어 보낸 오언율시(五言律詩)를 적어 보냈는데, 그것이 오늘날 천고마비란 사자성어를 사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런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말안장에 앉은 영웅의 칼은 꿈틀대고(馬鞍雄劍動)/ 붓을 휘두르니 격문이 날아온다(搖筆羽書飛)”.

사서(史書)에 의하면 흉노족은 기원 4세기 로마제국과 유럽대륙을 떨게 하였던 훈족(The Huns)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 한민족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를 집필한 사학자 단재 신채호(申采浩, 1880~1936) 선생은 한민족과 흉노족은 “뿌리를 같이하는 분리된 동족”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신라를 세운 김알지를 시조로 하는 경주 김씨나, 김수로왕의 후손인 김해 김씨를 비롯하여, 조선왕조를 창업한 이성계 등이 모두 흉노족과 직, 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단재(丹齋) 선생은 이같은 증거로 조선조 이전까지만 하여도 우리 한민족과 흉노족 사이에는 언어나 생활양식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부분 같거나 유사하였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천랑기청(天朗氣淸)!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아 마음속까지 상쾌해지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안타깝고 우울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 듯하다. 그 옛날 만주벌판을 달리던 민족의 기상을 하루빨리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재호 칼럼니스트·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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