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앞에서
새해 새 아침 시간 앞에서 나를 묻는다
시간은 늘 무연(無緣)하여 소리 없이 흐르거늘 우리의 욕망은 어찌 이렇듯 우리를 욕되고 누추하게 하는지 우리의 오만은 어찌 이렇듯 우리를 어둠에 떨어지게 하는지
이 아침, 엄숙한 시간의 표정 앞에 무슨 소망을 간구해야 하리오
시간은 늘 무심(無心)하여 말없이 흐르거늘 그 무심한 시간의 궤적 위로 사람들은 인간사 세상의 무늬를 새기고 사람들은 해와 달의 오고 감을 새겨서 각별하고 정성되이 시간의 매듭을 짓나니
매듭 없는 시간은 신의 시간이고 매듭 있는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어라 그래, 그래서 새해이다. 그래, 그리하여 새날이다.
새해 이 아침, 나의 강토 있음이여 여기에 일찍이 산들 솟았으니 아득한 연원을 품게 하여라 여기에 강물 일어서니 푸른 미래의 대지를 꿈꾸게 하여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더러는 묵시록으로 경건을 향하고 더러는 화엄의 지혜로 소요하게 하여 새해는 ‘사람의 香’을 불러 모으자 새해는 맑고 밝은 ‘덕의 기상’을 부르자 이 아침, 두 손 모으고 마음에 차고 맑은 샘물 길어 올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일깨우고 우리들 사랑의 소망을 하늘에 오르게 하자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독서학회 고문 대한민국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장 (사)유라시아 포럼 이사 (재) 상록수 나눔재단 이사 (재) 한우리독서문화운동 이사 학교법인 송설당교육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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