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 마음, 가정의 달을 돌아보다
김희섭 본지 편집국장
김희섭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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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5월이 오면 거리에는 밝고 화사한 색깔이 번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이어지는 가정의 달.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과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 따뜻한 이름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온다.
올해로 나는 60대 중반을 맞았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궁핍했다. 용돈 한 푼이 귀했던 시절, 형제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은 돈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곤 했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아버지는 온종일 이웃들에게 자랑하며 꽃이 시들어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다. 서툰 손 글씨로 쓴 어버이 은혜의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편지를 읽어시고는 부모님의 눈시울이 붉어지던 그 순간의 따뜻한 공기, 그 뭉클한 울림은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 또렷하다.
그때는 스승의 날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어느 해, 선물 하나 준비할 수 없었던 나는 다른 반 친구들과 비교될까봐 부끄러운 마음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내 마음은 누구보다 컸는데, 작은 꽃 한 송이조차 준비하지 못한게 왠지 죄스럽고 미안해서 그저 숨고 싶었다. 어린 마음에 느낀 슬픔과 소외감은 오랫동안 내 가슴에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선물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 배웠지만, 세상은 가끔 그렇게 마음보다 물질을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어린이날에는 예전처럼 동네 가득 뛰어놀 아이들도, 형아 따라 언니 따라 몰려다니는 모습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가정마다 자녀들이 하나씩 많아야 둘이 자라는 가족 속에서 귀하게 대접받다 보니 아이들은 원하는 장난감을 손쉽게 얻고, 기념일마다 값비싼 선물이 오간다. 물질적 풍요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그 풍요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마음을 잃어가고 있다.
혹자는 5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가정의 달이 형식적인 행사가 되어버리고, 사랑과 감사의 마음 대신 ‘해야 하니까 하는’ 의무와 부담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출생률은 낮아지고 아이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할머니 입장에서 보면 손주 한 명, 한 명이 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조부모들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손주들의 어린이날 선물, 기념일 챙기기에 드는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노후를 준비하던 자금이 흔들리기도 하고,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터를 지켜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을 위한 기쁨이 때로는 조부모 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식 세대 중 일부가 부모의 유산과 경제력에 기대려는 현실이다. 예전에는 부모님을 위해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부모의 재산을 먼저 계산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부모는 여전히 자식과 손주를 걱정하며 애쓰는데, 그 따뜻한 마음이 때로는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가정은 사랑의 시작이다. 그리고 사랑은 결코 계산하거나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가정의 달은 그 사랑을 다시 되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값비싼 선물보다 진심 어린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하나가 더 큰 힘을 가진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유했던 그 시절을. 화려한 선물은 없었지만, 진심이 오갔던 그 시간들 이야말로 진짜 축복이었다.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우리의 가정은 다시 사랑으로 가득 찰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마음속에 조심스레 작은 꽃 한 송이를 꺾어 본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는 일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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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섭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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