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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문화예술의 힘이 웰빙을 부른다 - 전국나화랑가요제를 지켜보며

민경탁 시인·가요사연구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22일
ⓒ 김천신문
가요제나 음악페스티발의 힘은 막강하다. 신인가수 배출은 물론 관광객 확보, 경제 발전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인터네셔널 페스티발, 영국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 미국의 LA가요페스티발, 칠레의 국제가요제 등등이 그렇다. 반드시 도시 규모가 크거나 인구가 많은 고을에서 행해지지는 않는다.

산레모가요제, 유로비젼 송 컨테스트,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축제를 유럽의 3대 가요제로 꼽는다. 이탈리아의 산레모가요제는 지역 특산물인 올리브와 레몬, 꽃시장을 배경으로 올해 75회째 열렸다. 유튜브 시청률 65%를 자랑한다. 우리 귀에 익은 ‘카사비앙카’ ‘볼라레’ ‘내 마음은 집시’ 등이 이 대회에서 배출된 가요들이다. 팝, 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으로써 이탈리아 전역을 들썩이게 하는 가요제다.

유럽방송연맹이 주최하는 유로비젼 송 컨테스트는 유럽 최대의 음악경연대회다. 산레모가요제에서 자극을 받아 탄생했다는 음악페스티발이다. 세계에서 가장 시청자가 많은 방송 중의 하나 이기도 하다. 매년 유럽 여러 국가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데 아일랜드와 스웨덴이 각각 총 7승 하여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우승국은 차기 대회 개최권과 개최 도시를 관광지로 홍보할 수 있는 부상을 함께 가진다. 스웨덴의 ABBA, 캐나다의 셀린 디온, 잉글랜드의 클리프 리처드, 오스트레일리아의 올리비아 뉴톤존이 이 가요제 출신이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축제는 해마다 6월 내지 7월 초에 음악·무용·연극 등의 세계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음악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푸시킨과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 도시, 세계적으로 알려진 에르미타주국립박물관을 위시해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도시다. 이 도시가 레닌그라드로 불릴 때 필자는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곳의 여름 백야에 개최되는 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문화예술적,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계적으로 문화예술이 교류되고 창조적인 사고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며, 외식업과 숙박업이 활성화됨은 물론 새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김천신문
한국에도 가요제는 수많이 있다. 1930년대 초부터 음반회사들이 신인가수 발굴과 대중가요 보급을 목적으로 서로 다투어 가며 열기 시작했다. 1933년 10월 콜럼비아레코드사가 전국 9도시를 순회하며 콩쿠르를 연 것이 최초다. 이 콩쿠르 전남 예선에서 정일경이 1등으로 뽑혔는데, 1934년 2월 경성 소공동 공회당에서 개최된 “전선(全鮮) 9도시 콩쿠르” 결선에서도 역시 1등으로 입상했다. 2등이 함북 대표 조금자, 3등이 경남 대표 고복수였다. 고복수 가수는 그해 오케레코드사로 이적해 ‘타향’(곡명이 나중에 ‘타향살이’로 바뀜)을 발표하여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만주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부르자 수천 명 동포가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전한다. 정일경과 조금자는 가수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고복수는 한국가요사에서 가요 오디션을 통해 크게 성공한 최초의 가수가 되었다.

1936년에는 황금심(본명 황금동. 기타 예명 황금자)이 오케레코드사 전속가수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 1938년에는 김영춘(본명 김종재)이 콜럼비아레코드사 주최 전국가요콩쿠르에 입상, 또 김봉명이 빅타레코드사 가수선발 콩쿠르에 2등 입상하며 데뷔했다. 1939년 7월 태평레코드사와 조선일보사가 김천극장에서 공동 주최한 “전국신인남녀음악콩쿠르대회”에서 마산의 박창오가 1등 입상하며 고려성으로부터 진방남이란 가수명을 얻었다. 진방남은 1942년부터 작사가로 전신, 반야월이란 예명으로 더 널리 알려지며 한국 가요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940년 5월 대일본축음기주식회사 조선문예부 주최 “제1회레코드예술상” 콩쿠르에서 백난아 가수가 배출됐다. 전국13도 신인가수대항 콩쿠르전을 겸한 이 가요제에서 그녀는 회령 출신 오금숙(백난아의 본명)으로 출전하여 2등 입상, 군산의 이종모가 1등으로 입상했다. 오금숙은 한 해 앞의 태평레코드사 김천대회에서 공동 2위를 한 바 있다. 같은 해에 계수남(본명 정덕희)이 콜럼비아레코드사 전속가수 선발대회에 입상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그는 인민군 부역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장기간 형무소 생활을 하면서 생명은 보전하였으나 가수로서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1946년에는 금사향(본명 최영필)이 럭키레코드사 주최 조선 13도 전국가수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며 가수가 되었다.

스타 가수가 낳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오늘날의 K-POP 가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자동차나 반도체에서 올리는 매출액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울산의 고복수가요제, 부산의 현인가요제, 목포의 난영가요제는 그 지방 경제 발전과도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다. 가까이에서 개최되는 추풍령가요제도 마찬가지. 11년만에 제2회 전국나화랑가요제가 열렸다. 한국가요사 1세대의 걸출한 작곡가 나화랑의 음악은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스토리텔링과 콘텐츠가 되고도 남는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면서 공동체가 활성화하고 내륙교통도시 하나가 문화예술의 힘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콘텐츠다. 지역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관광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지역문화가 튼실해야 국가문화가 힘을 지닌다. 나화랑가요제 유관 단체가 젯밥에만 탐을 내는 형상을 보여선 아니 될 일이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도시가 성장하도록 서로 협심하면서 전통을 계승해 가야 할 일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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