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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문학사를 탐구, 펼쳐보다 <3> 근세 ②

민경탁(시인·경북대평생교육원)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7일
ⓒ 김천신문
역사에서 익히 아는 바와 같이 15세기 초에 김종직(金宗直 호 畢齋 1431~1492)과 조광조(趙光祖 호 靜庵 1482~1520) 사이의 인맥에서 많은 문학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선산인인 김숙자(金叔滋 호 江湖·江湖散人 1389∼1456)는 김산의 개령현감을 지냈다(1449. 1∼1452. 12 재임). 그 아들 김종직은 밀양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이 개령현감을 지낼 때에 삼형제가 개령현 횡천리(오늘날의 광천리)에서 수학했으며, 나중에 김천 봉계는 점필재의 처가 곳이 되었다.
 
문장과 경술에 뛰어났던 점필재가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의 문학적 역량은 대단하였다. 이조 참판, 홍문관 제학, 형조판서를 거치면서 수많은 제자와 문사를 길러냈으며 정계에서 물러난 후에도 김산에 머물며 학문적 여력을 발휘했다. 김산군은 김종직의 학문과 문학이 대성하는데 바탕이 된 고장이기도 하다.
 
김종직이 김천의 문학계와 학계에 끼친 영향 또한 컸다. 관직에서 은퇴하고 말년에 다시 금릉으로 돌아와 문산리에 겸령당서실을 짓고 여러 문사와 교유하며 학자를 길렀다. 그가 금릉, 개령 지역에서 학문을 익히고 시를 짓고 강학 활동을 한 것은 영남사림파 형성에도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때 김천을 왕래하며 점필재와 시가를 주고 받으며 읊은 문인들이 김맹성, 정여창, 김굉필, 조위, 남효온, 김일손, 유호인, 정희량 등의 신진사류들이다. 처남인 조위 외에도 조신, 이약동, 최선문, 이숙함, 허종, 정석견 등이 점필재와 학연을 맺었다. 그래서 점필재의 고향은 밀양, 김천, 선산 3곳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점필재의 시집은 23권이 전하는데 1권에서 19권까지에 금릉과 관계 되는 시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김천의 소재는 개령, 김산, 문산, 감천, 직지사, 능여사, 경렴당 등등이다. 능여사는 고려 초 왕건이 하사한, 직지사 땅에 세운 능여암을 크게 중흥해 세운 절인데 6·25 때 불타버렸다. 점필재, 김맹성, 매계, 적암 등이 능여사에서 학문을 닦고 시문을 지은 기록이 여러 향토사에 전한다. 성주의 김맹성(金孟性 자 善源 호 止止堂 1437~1487)은 점필재를 따라 감문산과 능여사에서 공부하며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가 매계와 함께 점필재 제자로서 주고받은 시문이 여러 편 전한다. 지지당은 독서와 저술을 좋아하고 시를 즐겨 날마다 읊조리기를 일로 삼았던 시인이다.
이때에 점필재가 쓴 시 「능여사能如寺」를 음미해 보자.

雲嵐雜草樹 구름과 산 기운 푸나무에 어리고
縹緲蔚藍天 멀리 희미하게 푸른 하늘 우거졌네
水碓舂殘雨 물레방아 도니, 비 듣는 것 같고
香槃裊細烟 향쟁반 간드러지니 가는 연기 끼네
鍾鳴僧演法 범종 울자 스님은 설법하고
簾捲鳥窺禪 발 걷자 새조차 참선하는 승려 엿보네
誰識蘇夫子 뉘 알랴 소부자(蘇軾)도
長齊繡佛前 오랫 동안 불전에 숙배하였음을.
- 『금릉군지』(금릉문화원, 1994)

황악산 직지사 서쪽 계곡에 있던 능여사의 풍광과 불교적 정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었다. 그 당시 능여사는 존재감이 있는 절이었다.
그 점필재가 김천을 떠난 지 30년 후 1482년 5월 직지사에서 군수와 노닐다 자면서 쓴 시편이 있다. 「이 군수 및 최태보 삼 형제와 함께 직지사에서 노닐었는데, 이날 군수는 돌아가고 다만 최태보와 함께 자다 與李郡守,崔台甫三昆季. 遊直旨寺. 是日. 郡守還. 獨與台甫宿」란 칠언율시다.

閑隨皁蓋歷溝塍 한가히 태수 따라 봇도랑 밭두둑 지나노니
晴日薰風麥已登 갠 날 훈훈한 바람에 보리가 벌써 익었네
款段載吾尋玉板 관단마는 나를 태워 옥판을 찾아가는데
闍梨邀客撤金繩 스님은 손님 맞으려 금승을 걷우는구나
淸泉入盎分晨粥 맑은 샘물을 동이에 길러, 새벽 죽을 나누고
缺月窺簾替佛燈 이지러진 달은 주렴에 비쳐, 부처 등불 갈음하네
三十年前讀書地 삼십 년 전에 내가 글을 읽던 곳인데
松杉依舊碧層層 소나무 삼나무는 여전히 층층이 푸르구나
- 『금릉군지』(금릉문화원, 1994)

관단마(款段馬)는 걸음이 느린 말, 시적 화자가 낮은 신분임을 암시한다. 점필재가 30년 전, 젊었을 때 독서하던 직지사에 와서 군수는 일찍 돌아가고 최태보 삼형제와 노닐다 자는 사찰 체험과 정경을 그렸다.

점필제 김종직의 흉상

이보다 지역사회에서는 점필재의 「경렴당연지景濂堂蓮池」가 늘리 알려 있다. 전술한 대로 경렴당은 김종직이 1482년(성종 13) 모친상을 마치고 세상에 나아갈 뜻이 없어 김산(金山)에 있을 때 지은 서실이다. 조정에서의 부름과 사직을 거듭한 끝에 김종직은 58세 때인 1489년(성종 20)에 모든 관직에서 사퇴하고, 아내와 아들 김목아(金木兒)가 묻혀 있는 이곳 김산으로 돌아왔다. 공부하던 천 권 서책을 가지고 와 김산군 문산 서쪽 백천리에 못을 파고 연꽃을 심어 경렴당景濂堂이라 하고 학문과 강론을 하였다. 그때 김산에 새로 지어진 역이 ‘문산역文山驛’으로 그가 지은 역이름이다. 점필재가 경렴당 못에 연꽃이 가득한 것을 보고 지은 칠언절구 4수로 구성된 「경렴당연지景濂堂蓮池」 중 그 첫수가 널리 알려진다.

不是濂溪亦有蓮 이곳이 주돈이 살던 집 아니지만 또한 연꽃 있으니
橋亭風月尙依然 정자 다리의 풍월이 아직도 여전하구나
中通外直無枝蔓 속은 비고 겉은 곧으며 뻗은 가지 없으니
老子如今抵死憐 늙은이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사랑하련다

                            (하략)
- 『금릉지』(전호봉 편저, 1963)

주돈이가 연을 사랑한 이치는 온당하다는 뜻을 은연중 품고 있는 작품이다. 점필재가 만년에 김산 문산리에 다시 찾아 와 강론하며 시를 짓고 사는 모습이 완연하다.

김천지역 최초의 서원이었기도 한 이 경렴당은 변천이 심했다. 그 변천사를 약술하자면 이렇다. 문산리의 경렴당을 1648년(인조 26)에 김산군수 조송년(趙松年)이 감천면 금송리 사미정(四美停) 자리로 이건, 경렴원이라 하고 김종직, 조위(曺偉), 이약동(李約東)을 입향하였다. 1673년(현종 14)에는 이를 이아리(爾雅里)로 옮기고 최선문(崔善門)과 김시창(金始昌)을 추향하였다. 1758년(영조 34)에 김산군수 윤담(尹淡)이 지금의 김천시 성내동 자양산(紫陽山)으로 이전시켰는데 1868년(고종 2)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되었다. 이에 1984년 경렴서원을 복원하기 위해 타 문중들과 숙의를 하였으나 뜻이 맞지 않자 벽진이씨가 중심이 돼 복원, 벽진이씨의 집성촌인 김천 양천동 하로마을의 이름을 따서 하로서원賀老書院이라 명명하게 되었다.

점필재의 김천 소재 시로서 이 밖에도 「여선원유감천서안」, 「황악산인지도림」 등을 더 꼽을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소개를 생략한다.
15세기에 대구 사람 서거정(1420~1488)이 개령현 부상에 닿아 쓴 「개령부상역」, 「개령현동락정기」도 있다. 『동국여지승람』 제영 사전에 전하는데 당시 개령 지방의 풍경과 사정을 잘 알아볼 수 있는 사료이기도 하다.

<계속>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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