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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문학사를 탐구, 펼쳐보다 <7> 근세 ⑥

민경탁(시인·경북대평생교육원)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1일
ⓒ 김천신문
서하루에서 응교 김영지의 시에 차운하다棲霞樓次金應敎英之韻


開懷度署高樓上 회포 열어 높은 누각 위에서 더위 지내는데
太守今朝好占閑 태수는 오늘 아침 한가한 때를 잘 잡았네
人事手談翻覆戱 인간사 번복이 잦은 것 이야기 하니
池荷梧竹蔽虧看 못의 연꽃, 오동과 대에 가려 보이네

歌成苦調盃行從 노래 괴롭게 곡조 이뤄 술잔 주고 받나니
山掩殘陽水氣寒 산은 석양을 가리고 물기운 차기만 하네
十里黃昏跨馬返 십리 길을 황혼녁에 말 타고 돌아오니
林風渠溜響珊珊 숲 바람에 도랑과 낙수받이 소리 졸졸졸

隨世樓臺更故新 세상 따라 누대는 옛것이 새로워지고
感懷登陟爾騷人 감회에 젖어 오른 이는 너, 시인이네
霞光倒浸明蓮菂 노을빛 거꾸러 잠기니 연꽃과 연밥 빛나고
雨意全沈濕樹身 비 오려는 듯 나무엔 습기 꽉 적시네

趍畝農功皆着本 밭이랑 달려가 농사에 힘씀은 모두의 근본이고
倚欄水鑑恰傳神 난간 의지해 물을 감상함은 흡사 전신(傳神) 하듯
滿庭梅竹眞吾益 뜰 가득한 매화와 대나무, 참된 내 벗인데
掃靜文書脫輻巾 공문서 쓸어 내고 복건을 벗어던지네

每上高樓一笑新 매양 높은 누각에 올라 한번 웃으니 새로운데
郡中遺毛屬吾人 훌륭한 부모 닮은 뛰어난 자식들 나에게 다가 서네
七奔燕塞惟存舌 일곱 번 연경 가느라 변방에서 분주했지만 오직 혀는 남았고
三涉鯨波未死身 세 번 고래 물결 건넜으나 죽지 않은 몸 되었네

地主時招忝客宴 고을 수령은 때로 손님 불러 잔치 베풀고
園翁有約賽田神 채마밭 늙은이는 추수 뒤 전신에 제사드릴 약속을 하네
至今王粲休題賦 지금 같아서는 왕찬도 시부(詩賦)를 짓지 말라
歸拂糟床試葛巾 돌아가 지게미 상 먼지 떨고 갈건으로 술 걸으려 하니

- 『국역 적암유고』(김천문화원, 2018), 『김천시사 Ⅳ』(김천시, 2018).

'홍길동전'의 허균이 쓴 '적암유고'의 서문. 적암이 정리해서 허균에게 전한 문집의 것이다. 서문 말미의 서명에서 '양천'이라 함은 허균의 본관을 가리킴이다.

김산 관아와 객관 주변의 정경과 생활상, 농사에 힘쓰며 도를 추구하는 일상 묘사가 흥미롭다. 관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전원귀의, 자연합일하며 살겠다는 시적화자의 가치관이 엿보인다. ‘전신(傳神)’은 회화에서 화가가 자신의 영혼을 담아 작품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사신 행차의 통역관으로 자신이 연경을 일곱 번, 일본을 세 번 다녀왔음도 내비치고 있다. ‘잔양(殘陽;늦여름의 약해진 볕)’ ‘새전신(賽田神:추수가 끝난 뒤 술과 음식을 장만해 밭의 신에게 지내는 제사)’ 같은 용어로 보아 어느 가을에 쓴 것 같다. 제3 수의 ‘훌륭한 부모 닮은 뛰어난 자식들 나에게 다가서네(郡中遺毛屬吾人)’라는 구절에선 깊이 있는 인생관과 자부심이 드러나 보인다. 자신이 서자로 태어난 신분의 한계에 대한 극기와 그에 대한 의연한 자부심이 숨어 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앞서 밝힌 대로 적암은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해 서얼로서는 파격적으로 사역원정을 지냈다.
적암에게서 김산의 문물이 소재가 되거나 제목에 들어간 시편이 여러 편 나왔다. 그 가운데에 일명 「군지제영郡誌題詠」으로 통하는 12수로 구성된 대작 한 편이 있다. 권빈(權璸 자 叔玉. 안동 태생. 1446~1500)이 1494년 경 김산 성주(城主)로 부임하려 함에 군지 대신에 써준 시다. 예의 감문국에서 유래된 김산군의 내력을 언급하면서 감문국, 지품, 감천, 황계, 황악, 금릉관, 추풍령, 직지사, 봉계 등을 소개시킨다.

曾屬甘文一附庸 일찍이 감문국에 속한 한 고을이었는데
始分圖牒作雷封 비로소 지도와 명부를 나누어 수령이 되네
于今劇郡民繁庶 오늘날 교통 요충지 고을에 백성이 번성함은
爲有先王胎室峰 선왕의 태실을 안치한 봉우리를 두어서였다네

*부용(附庸) : 독립하지 못 하고 큰 나라에 딸리어 있는 작은 나라. 부용국附庸國의 준말.
*뇌봉(雷封) : 자그마한 고을의 수령을 가리킴. 중국에서 현령(縣令)을 일컫던 말.
*극군(劇郡) : 일이 많은 고을.
*선왕태실(先王胎室):조선 정종은 중추원사(中樞院事) 조진(趙珍)을 보내어 김산현(金山 縣)에 자신의 태(胎)를 안치(安置)하게 하고, 금산을 군(郡)으로 승격 하였음-<조선왕조실록>(정종 1년 1399년 4월 5일 편).

星山知品隔南川 성산과 지품은 남천을 격해서 있고
北顧商顏複嶺連 북쪽 상주 방면 돌아보면 겹겹이 고개가 이어지네
此去三州無百里 이곳에서 삼주까지는 거리가 백리 되지 않으니
承符早晩着吟鞭 부절 받으면 조만간에 시 읆으며 말 타고 가보리

*상안(商顔) : 원래 중국의 섬서성 동남쪽에 있는 산을 기리키나 보통 상산(商山) 의 별칭으로 씀. 사람의 얼굴 형태와 비슷한 모양의 산이란 뜻으 로.
*음편(吟鞭) : 시인(詩人)의 말채찍이란 뜻. 가면서 읊조리는 시인을 가리킴.

黃溪一路遠王州 한 길로 황계로 죽 가니 금릉 땅 멀어지고
黃岳西蟠澗谷稠 황악산은 서쪽에 움추려 있어 골짜기 빽빽하네
十里湖西分二境 십리를 가면 호서와 두 지역으로 나누어져
嶺南初郡是咽喉 영남의 첫 고을로서 바로 인후라네

*왕주(王州) : 중국 남조 시대 제 나라의 사조(謝脁)라는 시인이 수도 금릉(金陵) 을 두고 제왕들의 도읍지라 예찬한 데에 빗댄 표현. 김천의 별칭인 금릉 지방을 중국의 아름다운 금릉 지방에 견주어 표한 것임.

團團槐樹小庭幽 늘어진 홰나무 작은 정원에 그윽한데
吏散庭空鳥雀啾 관리들은 흩어지고 새와 참새들만 지저귀네
避暑時能碧筒飮 더위를 피할 때는 벽통음을 할 수 있고
南塘荷芰葉如舟 남쪽 연못 연과 마름 잎은 배와 같다네

*벽통음(碧筒飮) : 연 잎사귀에 술을 부어 놓은 다음에 그 줄기를 통해서 술을 빨 아 마시는 행위를 말한다. 중국 삼국 시대 위(魏)나라 정시(正 始) 연간에 정각(鄭慤)이 삼복(三伏)의 무더위를 피해 빈료(賓 僚)들을 거느리고 사군림(使君林)에 가서 피서(避暑)를 할 적에, 커다란 연 잎사귀 위에다 술을 담아 놓고는 비녀로 찔러 줄기 의 구멍과 통하게 한 뒤에 그 줄기를 마치 코끼리 코처럼 휘어 서 입을 대고 술을 빨아 마셨던 고사에서 유래함. 상통음(象筒 飮)이라고도 함-《酉陽雜俎 酒食》.

南塘溜決注春耕 남쪽 연못 모아둔 물, 봄 갈이에 대어주고
細雨分秧翠浪鳴 가랑비에 모를 내니 푸른 물결 울리네
十頃畝種膏壤地 십경의 모심는 곳은 기름진 땅이니
西風擺稏打藁聲 가을바람이면 벼 털고 짚 두드리는 소리 들으리

*경묘(頃畝) : 토지의 면적 또는 그 면적을 계산하는 단위. 옛날에는 사방 6척 (尺)이 1보(步), 100보가 1묘(畝), 100묘가 1경(頃)이었음. 진대(秦代) 이 후에는 240보를 1묘로 하였고, 청조(淸朝)에서는 사방 5척을 1보, 240 보를 1묘로, 송(宋) 나라 섭시(葉時)의 설에 따르면, 너비 1보에 길이 240보를 1묘로 하고 100묘를 1경으로 하였음.
*서풍(西風) : 가을바람.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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