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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김시습의 푸른 기침
한 가닥 생각을 타고 바람을 거슬러 가면
복사꽃 자욱히 드는 한 필지 봄이 열려
극명한 임의 무지개 성큼성큼 다가온다.
피 묻은 모반의 땅에 눈물 뿌린 하얀 등뼈
목숨을 삭발하고 깊은 절망을 건너
청산을 걸어 잠그고 홀로 뚫은 피리 구멍.
무시로 휘청거리는 창백한 강물 아래
불현듯 살아 서는 조선의 심줄 하나
두고 간 푸른 기침 소리 가슴 깊이 울린다.
■ 김남환 시조시인(1933∼2020)은 김천여중·고를 졸업, 이화여대 재학 때「파초」,「내 마음은」으로 유명한 김동명 시인, 이헌구 영문학자로부터 문학적 총애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중3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 고1 때 김천에 학생문학동아리가 형성됨에 유일한 여학생으로 참여한 문학지망생이었다. 생애에 문인 인맥이 매우 넓게 형성된 편이었다. 이영도, 정완영, 이기붕 전 국회의장의 부인 박마리아, 이호우, 오상순, 서정주, 김동리, 박재삼, 손소희 등에게서 시를 배우거나 문학적 영향을 입었다. 김 시조시인이 가장 즐겨 다루는 소재는 역사와 불교, 어머니다. 무남독녀로 태어났던 그는 득남하겠다고 이 절 저 절을 다니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절하고 다니다 불교에 입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조집『가을 바라춤』에 이런 시조 작품이 집약돼 있다. 김 시조시인의 시조에는 이차돈, 김시습, 황진이 등 역사성 있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김시습의 푸른 기침」은 그 한 예가 되는 작품이다. 조선 초기 대표적 지식인의 한 사람 매월당이 계유정란에 깊은 충격을 받아 관직을 버리고 불교에 귀의했음은 역사에 잘 알려진 사실. 그의 학문적, 문학적, 사상적 성취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이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사상사에서도 중요시 되고 있지 않은가. 이 시조의 첫째 연은 시적화자가 매월당의 깊은 사상적 여정을 따라가다가 그가 꿈꾸는 이상과 맞닥트림을 노래. 둘째 연은 매월당이 겪은 역사적 고통과 비극이 불교에 귀의함으로써 모든 것을 버리고 혼자만의 길을 떠남을 노래. 셋째 연은 매월당의 사상적 유산이 조선 역사의 뿌리에 살아있음과 그것이 오늘날에도 깊이 영향을 주고 있음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 학자, 문인이었던 매월당의 고뇌와 절의, 삶과 사상적 유산이 주는 울림이 관념적으로 그려 있다. 청도 시조공원에 이 시조의 시비가 서 있다.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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