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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현대수필의 출발

김천 수필문학의 출발을 이야기하다(5)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19일

지역사회 현대수필의 출발
김천 수필문학의 출발을 이야기하다 (5)


논설위원 민경탁
                                                                                                          

돌풀

김도양

대도시
대도시를 가만히 살펴보라. 우뚝우뚝 솟은 높은 건물과 줄지어 달리는 차들과 오색 무지개를 무색케 하는 호화찬란한 불. 불빛들과 그리고 여러 모양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저 대도시를 가만히 살펴보라. 저것은 종합적인 미요, 저것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들어가 보면, 그 미는 전체적인 미를 우루루 반기는 자그마한 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불과하나니.
저것이 곧 무엇하고 통하고 있겠는가. 그건 바로 대우주 일각에 위치한 우리 지구의 모습과 같은 것이러니.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자신을 더욱 아름답게, 참되게, 바르게 가꾸어야 하잖겠는가.

나뭇가지에 대하여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그리고 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와 뻗은 잎들을 가만히 살펴보라. 제 각기 무한스런 공간을 향하여 뻗히는 모습들이 저리도 제 각기 달리 뻗쳐 감은 무엇을 뜻함인가?
그것은 곧 자라나는, 살아가는 생명의 자유를 이룸이니 하물며 영혼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 자유가 그 얼마나 당연하고 귀중한 것이겠는가.

-『소문화』(1962. 10)


인간
인간이란 자기의지를 조용히 표시하기엔 너무나 벅찬 감정을 속으로 갖고 있는 존재다.

세월
참으로 세월이란 위대한 힘과 속력을 가진 것이다.

범죄에 대하여
우리 인생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그 자체보다, 그 저지른 죄의 성격을 잘 알고 또 그 범죄에 대하여 변명 할 수 있는 여유와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추고 범한 죄일지니 … .

아직도
아직도 신을 못 찾은 자여 그대는 스스로 대우주의 고아가 되려는 것과 같다.

무제(無題)
정도를 넘는 모든 관용과 애정은 부지 중에 그것으로 인하여 오만과 교할과 사기성이 진한 악을 육성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명심하라.

다시 무제(無題)
죄를 저지른 자는 타인에 대하여 근거 있는 또는 없는 악평을 퍼트림으로써 스스로 죄진 것에 대한 자책과 불안상태에서 위안 받으려 하고 또 궤변적인 타당성을 주장해 보는 것이다.

아름다움
아름다움에는 추잡이 따르기 마련이요. 그것을 없앤다는 노력이란 아름다움이 참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것과 또는 보다 나은 위치에로 스스로를 마련함을 이름이다.

만족
만족에는 언제나 아쉬운 부족이 따르고 있음을 잊지 말지어니.

무제(無題)
인간은 세월의 고귀한 대변자다.

다시 미소에 대하여
미소는 소리 없이 인간으로 통하는 신(神)과의 회화(會話)다.

자서전에 대하여
대부분의 자서전이란 본인에 대한 사회 시대가 올바르게 비평하려는 데 대비해서 자아변명, 은폐를 하는데 애쓰고 있는 것이러니.

괴로운 것 중의 하나
괴로운 것 중의 하나를 들자면 그것은 자기 욕구 때문에 작건 크건 남이 희생되고 있음이 아니겠는가.

김도양(중앙 맨 왼쪽에 앉은 이) 수필집 『돌풀』과 홍성문 시집 『얼굴』 출판기념회에서(1961.8).


실제(失題)의 장(章)
자아의 거짓 없는 생각의 억제여, 죽음이여, 너는 인생비극의 육성자다.

사람이
사람이 탄생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통일한데 반하여 죽음을 당하여 가는 길은 왜 천태만상으로 다른가? 그것은 사람이 탄생하기 이전 즉 생물체로서 지상에 나오기까지 대우주 진화법칙으로 해서 천태만상으로 다를 것이요. (중략) 인생이라는 삶의 과정을 두고 그 이전과 그 이후는 시간을 두고 어떠한 인간 상상(想像)을 초월하는 변화가 그곳에 있을 것이 아닐까.

행복
행복이란 찾는 것도 아니며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라 오직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웃음
웃음이 무기로 화했을 때 우리는 웃음의 진가를 잃게 되고, 잃게 되는 곳에 싸움이 일어나고, 싸움 있는 곳에 비극이 그 뿌리를 뻗쳐 가나니.
신을 망각하는 날
신을 망각하는 날부터 인간은 악에의 무한한 자유를 얻는다.


잡기(雜記)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갖가지의 눈물을 간직한 채 묵묵한 바위 같은 인간이 되라. 조용하고도 강인한 바위 같은 생명으로 생을 뜻있게 알알이 소각하는 바위 같은 인간이 되라. 걸음도 청동의 종소리 그 울음의 뜻을 아는 바위 같은 걸음이 되라. 출발하기 전에 말이 행동을 강간하는 그런 것이 되지 말고, 행동이 시작되어 말이 부끄러워 노예가 되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이 되라.
이윽고 몸이 산산이 부서져 한 알의 모래알이 되더라도 너로 하여 파도가 소리쳐 외로운 갈매기들을 위로하고, 교교한 달밤 모든 생을 위하여 한 가락의 자장가를 불러 줄 수 있는 사람이, 바위 같은 사람이 되라.

-『현대문학』(1963. 2)



움직임에 대하여
만물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펴보라. 어느 크고 작고 간에 하나의 움직임은 과거의 움직임과 꼭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곧 대우주의 발걸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선에 대하여
빛나는 선이란 악과의 반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악 속에 과감히 뛰어 들어 싸우면서 엄연함이다.

소리
신의 존재를 감정으로 요리하지 마라. 저 무수한 십자성도 흩어진 심심(深深) 산사도, 사람의 마음도 연연히 뻗은 산맥도, 소슬바람에도 움직이는 파릇한 한 포기의 풀도 또 여러 가지 이름으로 인생을 위한다고 내어 걸은 방법의 모습도 신이 될 수 없고 신은 아니다.
오로지 구하려는 사랑과 그 사랑 밑에 경건(敬虔)히 굳셀 수 있고 또 참되게 구원을 갈구 할 때 신은 십자가에도 불단에도 산, 산마다 들에도 나가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에도 그리고 또 우리들 마음 속에 어디든지 고요히 강렬히 찾아오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이 움직이심은 그만큼 인간이 귀중함을 의의함이니 그대여, 성찰하라. 신의 존재를 생각대로 요리하지 말지어니 … .

물이 흐르는
물이 흐르는 기쁨에 고착된 바위의 슬픔, 물이 유랑하는 애수에 정착된 바위의 희열이 있잖은가. 바위도 물도 그게 바로 아, 우리 인간이 아니겠는가.

먼 후일에 혹은
먼저 간 뭇사람이 우리 인생에 대해서 구구히 해석하여 외친 것이 머언 후일 한갓 독백에 지나지 안 했다는 게 많이 판명되었을 경우를 당신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무제
인생은 순간에서 시작되어 순간에서 그치는 것이다.


-『흑맥문학』(1963) 및『소문화』(196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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