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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 가족의 고향 나들이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2일
↑↑ 이종훈(경희의료원 적정관리본부장)
ⓒ 김천신문
얼마 전 조카결혼식이 있어서 고향 김천을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대학졸업반인 딸과 해군복무중 휴가 나온 아들을 대동한 우리가족의 고향나들이였다. KTX 김천(구미)역에서 내리자 문득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에 가보고 싶어졌다. 김천시 성내동 64번지이다. 대문 앞에 큰 오동나무가 있어 오동나무집이라 불리던 곳이다.

상주통로 시외버스터미널 쪽 인도에서 항도빌라(예전의 ’환선공작소‘ 보통은 ’불미공장’으로 불리던 곳)를 바라보며 예전의 우리 집까지 걸으면서 엿 공장이 있던 골목, 숨바꼭질 하던 골목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은 원래 이층 슬라브 지붕 집으로 1층은 가게, 2층은 가정집이었는데 지금은 3층 타일벽체의 건물이 들어섰다. 우리 뒷집 골목, 다음 골목, 그 다음 골목… 점점 더 어린 시절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교육청을 끼고 예전의 성남도장 골목은 큰 차로가 생겼지만 오래 전 골목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은 그대로 였다. 어릴 적엔 좁지 않던 그 골목이 지금은 왜 그렇게 좁게 느껴지는지.

교육청 청사 앞에서 집사람과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나는 청사 뒤편 언덕에서 술래잡기와 쥐불놀이도 하던 추억으로, 집사람은 장인어른께서 오랫동안 교육청의 장학사로 계셨기에 남다른 감회로 한참을 머물렀다.

중앙초등학교를 바라보며 성남교 다리를 건너면서 문득 유명을 달리한 옛 친구의 일이 생각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 와 같은 하숙집에서 지냈던 절친의 느닷없고 황당했던 소식을 접하며 참담해했던 그때가 떠올라 눈물이 맺혔다. 지금처럼 안전한 펜스가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운 친구여, 언젠간 자네가 있는 곳으로 나도 가겠지만 잘 지내고 있게나. 어른들께도 안부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

성남교를 돌아 김천역으로 걸어가면서 거리를 보니 한 때는 시내중심가로 부산했던 거리가 활기를 잃은 느낌이었다. 신신모자점, 춘양당서점 등이 있던 상가들이 패션브랜드들로 대체되었지만 시청을 포함한 관공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KTX 역사 주변으로 새로운 도심이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천역 광장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옛날엔 80번지라고 불렀던 곳을 거쳐 누나 집에 도착해 결혼식장인 직지사 파크호텔로 향했다. 외곽도로를 이용해 대곡동(예전의 백옥동)을 지나면서 옛날 우리 집 과수원이 보였다. 지금은 천변공원으로 흡수되어 흔적도 없는 그 곳. 영남제일문을 지난다. 우리 집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했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자 지금은 병석에 계신 장모님의 인생이 오롯이 스며있는 이로리 마을이 차창 너머로 스친다. 내년 따뜻한 봄에 앰뷸런스의 도움을 받더라도 한번 다녀가시면 좋을 텐데.

이윽고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가슴 뭉클했다. 신장이식을 받은 딸을 시집보내는 누나가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마음 졸였을까.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셨을 것이다. 화촉을 밝히는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흐뭇했던지.

결혼식이 끝나고 금릉공원에 안치되신 아버님과 어머님 묘소를 참배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누나와 동생이 가까이 있어 가끔씩은 찾아와 주변정리를 해서인지 깔끔한 상태였다. 술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는 술잔 가득히, 술을 전혀 못하셨던 어머니께는 술잔 가볍게 따라 올렸다. 취하시면 노래도 구성지게 잘 부르셨던 아버지, 그 노래를 들으며 그냥 미소 지으시던 어머니, 그립습니다.김천시가 시로 승격한 지도 70년이넘었다고 한다. 삼산이수의 고장 내 고향 김천이 더욱 발전하여 영속하는 도시, 살기 좋은 고장이 됐으면 좋겠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미력하지만 나도 힘을 보탤 것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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