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3-06-11 10:44:2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
뉴스 > 기고

너와 함께라면 매일 봄날이련만

빛이 있는 곳에는 색깔이 있다 - 연화지의 봄밤
전영수 기자 / kimcheon@daum.net입력 : 2023년 03월 31일
어릴 적부터 친분을 쌓아오던 벗의 아버지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어제 긴 이별을 한 탓에 그의 가슴에 생채기가 쌓여가던 날 저녁, 가족과 함께 벚꽃, 개나리 등 봄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연화지(鳶嘩池)를 찾았다.



테니슨(A. Tennyson)은 “마음에 아물지 않은 상처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가슴 깊이 새겨진 사랑이 설령 이별을 맞더라도 아예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고 말했지만, ‘영원히’란 시간의 길이에 이별은 결국 아픔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곁에 있어서 좋아죽겠다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옆에 없어서 애닳아 하는 것이 사랑일까. 사랑은 그리움의 깊이를 나타내기에, Bobby의 ‘벚꽃’처럼, “너와 함께라면 매일 봄날이련만, 내게 있어 너는 하룻밤에 쓸려간 낭만이었기에 여운보다 추억이 자리하겠지.”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모든 것은 삶에서 나오는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구태여 고민하지 말자. 좋으면 ‘그냥’ 좋은 거다, ‘그냥’이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화지의 벚꽃 봄은 언제 가는지도 모르게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지만, 봄날의 생명과 피어나는 선명한 색깔은 그것의 값을 아는 사람에게는 진정한 느낌을 선물한다.



여린 손처럼 올라오는 새순들. 그 연둣빛은 초록으로 가는 과정의 빛깔이다. 연둣빛을 미완성인 빛깔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무엇을 보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미묘한 맛이 되고 멋이 되는 색이다. 나무가 색깔이 바뀌는 것은 멋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라는 것도 잊진 말아야 한다.

황혼, 그 후에 다가온 어둠! 사방에 어둠이 깔리면 연화지엔 형형색색의 조명등이 켜지고 물 위에는 빛의 향연이 전개된다. 광학현상에서 여러 빛이 동시에 물질을 통과해도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빛의 중첩원리’가 성립한다.



파동도 없이 잔잔한 연화지에 비춰진 벚꽃 무리와 흔들림 없는 봉황대의 모습. 어느 것이 실제(實際)인지, 어느 것이 물에 비춰진 모습인지 알 수가 없지만, 곧으며 지나치지 않아 오히려 기품 있게 투영된 연화지의 야경은 몽환적이다.

순간 생각이 어디론가 달아나서 사고 자체가 정지된 듯했다. 색을 본다기보다 빛을 느낀다는 기분이 들었다. 색깔이 압도하지도, 빨아들이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빛이 색(色)의 형태로 흘러나와 스며드는 촉각적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 색은 외부(外部)에 원천(源泉)을 둔 빛으로 생겨나서, 인위적으로 투사되는 환영(幻影)주의적 색이 아니라, 일상에서 목격하고 경험하는 일상의 빛으로 빚어진 “부드러운 발광”이었다.

연화지에 흡수된 빛이 반사되어 나오면서, 색이 산란(散亂)되어 스며들고 깊이가 생긴다. 그러나 색은 기만적이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를 않는다. 지각된 색과 인지된 색의 사이에는 간극(間隙)이 존재한다. 그래서 탄성이 나온다.



오늘 이 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限)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가 이미 밟고 지나간 길에 초대받고 있을지라도, 봄밤은 알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연화지의 이 밤에 사랑에 빠지리라는 것을.





전영수 기자 / kimcheon@daum.net입력 : 2023년 03월 31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분도(芬道) 김치영, ‘채묵(彩墨)의 향기’ 2023 초대전
김천의 인문 지리지, “지례지(知禮誌)” - 그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 충혼탑에서 엄숙히 거행되다!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김천을 위하여!!!
김천농악단 국회의장상(장원상) 수상의 영광
최재호 역사인물 기행[26]
제2회 모꼬지 귀농 체험 팜파티 개최
이른바 ‘김천학(金泉學)’의 성립을 위한 예비적 논의 - 기획시리즈-
6월 보훈의 달, 그 의미를 생각하다.
시립 추모 공원 건립사업 공사 재개
기획기사
벽진이씨 문중의 효부 열녀인 김순임(金順任)은 대덕면 조룡리 김녕(金寧) 김씨 .. 
지난 한 해 김천시립도서관은 시민의 삶의 질 제고는 물론 지식과 문화의 융합 .. 
이달의 기업
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해 이달의 기업으로 JH 화학공업㈜(대표 허제홍)를 선..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김천시 이달의 기업으로 김천시 백옥길 2 에 소재지를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 편집국장 : 전영수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7,765
오늘 방문자 수 : 8,774
총 방문자 수 : 75,54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