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9-11-18 오후 09:02:0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

칼럼>송년회 악보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15일
집에 있을 땐 몰랐는데 식당엘 가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여기저기 왁자지껄 박수소리도 나고 신발장이 빼곡하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남편의 동문회 가족 모임이니 사실 나로서는 별 재미있는 자리는 아니다. 그런데 몇 번씩 봤던 얼굴이라 그런지 금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이 핀다.
어떤 이는 3개월 조깅으로 8kg을 뺐다 하고 어떤 이는 3개월 만에 5kg이 불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아들이 고3이라 걱정이라 하고 어떤 이는 딸이 간호사로 큰 병원에 취직을 해서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일들, 어쩌면 아주 소소한 일들까지 술잔에 부딪친다. 선배님 후배님 하며 건배잔들이 한 바퀴 돌고 나니 자연스레 그 중 친한 사람들끼리 같은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내 앞에 있는 분은 나이에 비해 왜 그렇게 늙어 보이는지 속으로는 후배가 아니라 한참 선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휴~우 한숨을 쉬며 넋두리를 한다.

“사업하다 실패하여 감방 생활을 며칠 했는데 진정 나를 도와줄 친구가 정말 없더라”라며 그렇게 씁쓸해 했다.
인생을 살면서 절친한 친구 두 명만 있으면 잘 사는 것이라 했는데 잠시 내게도 정말 감방에서 구해줄 만한 친한 친구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한참 듣고 있는 데 다른 테이블에서 또 건배제의를 한다.
“돈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건배!”
아내고 남편이고 모두 소리 높여 건배를 또 외쳤다.
건강…. 얼마 전에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신 김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곱디고운 분이 아직 환갑도 안 지났는데 그냥 아픈 지 6개월 만에 떠나 버린 거다. 돌아가실 때 머리카락도 한 올 없는 자기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그 누구도 만나지 않으셨던 그 연꽃 같은 분이 떠올랐다. 그러자 총무의 회계보고가 있었다. 기념타올 한 장씩 받고 나자 삼삼오오 자리를 일어선다. 우리도 악수를 진하게 하고 “선배님 잘 가세요” “후배님 또 만나요” 하며 탁탁 어깨를 쳐주고 송년회 자리를 나왔다.

자동차에 와서 술 몇 잔 안 먹었으니 남편은 그냥 운전 하겠다고 하고 나는 대리 운전 부르자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까 그 사업에 실패했다는 후배가 터덜터덜 걸어 나온다. 부르릉 시동을 거는데 트럭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매연만 부릉부릉 나온다.
가슴이 짠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가족들 데려 왔는데 그는 혼자 왔었고 여기 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싶으니 뒷모습이 참 허전해 보였다.

차를 타고 오며 밤은 늦었지만 나도 김 선생님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예. 그저 그렇죠.”
“식사는 어찌 챙겨 드시나요?”
“예. 딸네 집이고 아들네 집이고 좀 가봐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나 혼자…. 이제 적응 해야죠” 하신다. 그리고는 무어라 할 말이 없어서 “아~ 예, 예”만 하고 있는데 한숨을 크게 쉬더니 “원장님도 스트레스 받지 마십시오. 뭐 책임감이고 뭐고 하는 것들 때문에 내 몸 돌보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그저 별 것 아니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사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집사람 보내고 나니 후회가 막급합니다. 이제 좀 여행도 다니려 했는데…”
“예~예. 그래요. 그렇지요.”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막막한 이야기 속에 인생의 무상함이 새록새록 피부에 와 닿는다.

한해가 또 저문다. 어쩌면 인생에 있어 쉼표 하나씩 늘어가는 악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분들과 따뜻한 김치찌개라도 한 그릇하며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쉼표를 또 예쁘게 찍어보자.
그리고 다음 악보는 더 빠르게가 아니라 더 느리게, 그리고 더 감미롭게 아름다운 악장을 그려 보았으면 좋겠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12월 15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민선 시 체육회장 예비후보자 인터뷰㉯-서정희 예비후보(전 김천시육상연맹 회장)
이철우 지사, 직무평가 3개월 연속 전국 톱3
㈜유시테크놀로지, ‘차세대 배터리’기술로 수출 앞장
“수능생 파이팅!” 오늘 2020학년도 대학수능
민선체육회장선거 김천바른시민모니터단 성명서
`나화랑음악제` 불후의 명곡으로 시민들과 함께
함께하는 평화공감 토크콘서트 열려
인터뷰-제일병원 협력치과 김현수 서울치과 대표원장
제3회 어모면민 화합한마당
궂긴 소식-시조 시인 장정문 씨 별세
기고
쌀쌀한 바람과 함께 불의 사용이 잦은 계절이 찾아왔다. 건조한 겨울과 봄철에 화재가..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19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맘때가 되.. 
칼럼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잦은 TV출연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할 정도로 지명도 높은 국.. 
 
예술가는 예술활동 곧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김천부동산
‘김천 아포 스마트시티’ 4일 모델하우스 ..  
‘100세 인생설계, 김천시가 도와드립니다..  
김천 아포읍 ‘김천아포지역주택조합’ 조..  
김천혁신도시의 블루칩 투자처!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 아파트  
김천신문 / 주소 : (39607) 경북 김천시 김천로 62 장원빌딩 6층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임경규 오연택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성 / Mai 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8,802
오늘 방문자 수 : 10,441
총 방문자 수 : 26,86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