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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엄마땜에 못살아

배영희(수필가․효동어린이집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어제 저녁 분명히 “내일 오후 두 시”라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안 오신다. 혹시 잊으셨나?
띠리링 띠리링 전화를 해도 안 되고 휴대폰도 꺼져있다. 아니 어떻게 된 일이지? 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그래, 혼자 계시게 해서는 안 되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 분명히 일어났다 싶으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엄마 연세 78세. 허둥지둥 차를 몰고 5분 거리를 달려간다.
“안돼요. 엄마! 그냥 가시면 절대 안돼요.”
아마, 차 안에서 갑자기 소리 내어 엉엉 운 것 같다. 그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도 그랬었다. 간다는 말씀 한번 안하시고 홀연히, 어이없이 그렇게 가셨는데 엄마도 그렇게 가신단 말인가.
제대로 딸 노릇 한번 못했는데 이건 정말 아닌데…. 엄마 모시고 여행갈 곳도 많고 맛있는 밥집도 가야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초인종을 누른다.
딩동딩동! 아니, 초인종도 안 받으신다. 열쇠로 대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눈앞에 벌어진 어떤 일에 대해 갑자기 무서움증이 확 든다.
“아! 어쩌나 엄마! 엄마! 제발 살아만 계셔주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는데 이불만 덩그러니 있고 사람이 없다. 휴~우! 살았다. 새장 같은 아파트보다 꽃 키우고 텃밭 가꾸시는 게 꿈이라며 독립하신 어머니,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근데 도대체 엄마는 어디 가신 걸까? 냄비뚜껑에 아직도 온기가 가득한 걸 보니 멀린 안 가셨나보다.
집 뒤에서 ‘톡톡’ 호미소리가 난다. 엄마다.
반가움, 살아계신 것에 대한 고마움, 그러나 말이 엉뚱하게 나온다.
“엄만 왜 그래? 전화도 안 받고!”
삐져있는 나를 앉혀놓고 텃밭에서 금방 솎은 상추 한 바구니와 참기름 듬뿍 넣은 쌈장에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끊여내신다. 남의 속도 모르고 “니가 두시쯤 온다 안 했나?” 하시며 “요것 좀 먹어봐라, 저것 좀 먹어봐라” 하얀 백발노인이 자식에게 못 먹여서 애가 탄다.
금방 밥 먹고 나섰는데 어쩜 다시는 못 먹을지 모르는 엄마 밥이라 생각하니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젊은 날 억척스레 살아오신 여장부, 세상사람 다 늙어도 우리 엄만 안 늙을 줄 알았는데 호호백발에 이젠 다리까지 절뚝이신다.

어제들은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82세 노인과 52세 된 아들이 거실에 마주앉아 있었단다. 그때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는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 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요, 아버지!” 아버지는 그 후에도 계속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아들은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나 큰소리를 쳤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아기였을 때 이야기가 적혀있다.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저게 뭐야?”하고 연거푸 23번을 똑같이 물었다.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까지 다정하게 대답해주었다. 까마귀라고 똑같은 대답을 23번해도 나는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에 기뻤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게 즐거웠다.

생각해보니 나랑 똑같은 이야기 같다.
엄마는 저렇게 다 늙어도 사실 나는 투정만 했었다. 이제 보니 엄마의 주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었다. 굽이굽이 인생길 넘을 때마다 고불고불 지도가 그려진 것이고 저 흰머리 한 올마다 고생 한 포기씩 심겨진 것 아니겠는가.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엄마 당신보다 엄마 없이 살 내가 걱정이 된다는 것을….
엄마는 우주요, 자녀의 안식처였다.
정신이 번쩍 든다. 어머니, 제발 내 곁에 오래오래 있어주세요.
어버이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간 늘 형식적인 꽃 한 송이와 식사 한 끼였지만 정녕 그게 아닌 것 같다.
무덤에 들어가시고 후회하는 것보다 살아계실 때 요것조것 다 해드려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아~유! 엄마 땜에 진짜 못살아!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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