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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짓뭉개져 포도밭 된 감문국 장릉(獐陵)

-장 부인 저주 받을까 두렵다

민경탁(시인)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08일
ⓒ 김천신문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는 포도와 포도주의 효험을 대변하는 신이다. 풍요의 신이요 황홀경의 신이기도 하다. 제우스와 건축가의 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모들이 세멜레와 제우스의 사랑에 대해 중상모략을 하여, 세멜레는 전광으로 변한 제우스의 모습에 놀라 죽어 버린다. 제우스는 그녀의 태내에서 6개월 된 아기를 꺼내 자기 허리에 끼워 넣어 키운다. 출생 시기가 다하여 귀여운 아이로 태어났다. 디오니소스에는 어머니가 둘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성인이 된 디오니소스는 포도와 포도주를 발견하곤 헤라의 저주를 받아 발광하여 이집트, 시리아, 인도 등으로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
포도는 김천 농업인의 주 소득 작목이다. 전체 과실 총 생산량의 57.2%를 차지하며, 재배면적 대비 전국의 12.6%를 점유하는 것으로 홍보된다. 김천은 전국 최대의 포도 주산지로서 포도를 특화작목으로 삼고 있다. 관련 산업, 지역 대학, 연구소 등의 지식 생산조직과 관련 협의회가 잘 연계되어 있다. 경북 혁신도시로 이전된 공공기관, 연구소, 산업체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김천은 이른바 포도 수출산업클러스트화 하고 있다. 포도는 김천이 경북 성장의 거점지역으로서 미래형 도시로 변모해 갈 중요 자원이다. 포도가 김천 경제 성장에 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김천의 역사는 삼한시대 감문국(감로국), 주조마국, 어모국, 문무국, 배산국에서 시작하였다. 작은 읍락국가들이었다. 이들 중 정치 및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가 감문국이었다. 지금의 개령면과 감문면을 차지하는 국가였다. 조마국과는 감천을 사이에 두고 30리 떨어졌지만 230여 년 먼저 신라에 복속되었다. 왜 그랬을까. 신라가 가야와 백제를 견제, 침공하기에 가장 주요한 요충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상주의 사벌국보다도 먼저 신라에 예속됐다. 이렇듯 감문국은 김천 역사의 시원이 되는 고대국가이다. 김천시에서 감문국 유적지 복원 및 기념관 건립사업을 진행 하고 있음도 이러한 역사적 중요성에 기반함이리라. 감문 문무리, 보광리, 삼성리, 광덕리에 산재한 고인돌과 고분군, 개령 양천리의 고분, 동부리의 궁궐터와 빗내농악, 옛 감문국의 감문산과 감문산성, 속문산성, 고소산성, 김효왕릉 등은 감문국의 존재를 대변하는 역사유적이다.
감문국 역사유적으로 잊히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장릉(獐陵), 일명 장부인 능(獐夫人陵)으로 전하는 유적이다. 조선 초의 인문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에서부터 많은 역사서와 지도, 향토지에 감문국시대의 능으로 전해온다. 어디에 있나. 개령 서부리 웅현(일명 한티고개)에 있다. 삼층석탑이 서 있는 옛 사자사 터 윗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우리나라 역사 이래 21개 왕도를 순회하며 쓴, “이십일도회고시” 감문국 편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장희는 가버리고 들꽃은 향기로운데/묻혀 있는 낡은 비석, 옛 효왕의 능이라네/서른 명의 용감한 병사 크게 일어났다고 하니/달팽이 뿔 위에서 천백번 싸운 것인가?// ‘장희’는 장부인, ‘효왕’은 김효왕을 가리킴은 물론이다. 장 부인은 누구일까. 역사의 기록과 호칭, 능호로 보아 왕비 격의 여인으로 보인다. 우준식 향토사학자는 감문국개령지에서 ‘어느 임금의 총희’라 적었다. 역사의 기록을 종합해 볼 때 김효왕과 장부인 간에는 간절한 스토리가 있었던 것 같다. 김효왕릉과 쌍벽을 이루는 장릉은 감문국의 매우 소중한 문화재이다. 일제 강점기에 도굴되어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봉분의 하단 흔적으로 보아 10m 정도의 대형이었을 것으로 금릉군지는 전한다. 필자는 1980년대 초 고 이근구 향토사학자의 안내로 답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 곳에서 덮개돌과 자갈돌을 채집할 수 있다고 들었다.
최근 장릉엘 다시 가보니 능의 자리는 포도밭이 되어 있다. 능에 관한 안내판, 설명서 하나 없다. 문화유적 답사를 애호하는 지인과 함께 물어물어 찾아갔다. 포도밭 주인을 찾아 능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밭주인은 포도밭 한 가운데의 돌맹이 하나를 가리키며 능의 중앙부라고 일러준다. 김천이 포도에 홀렸나, 포도주에 취했나 싶다. 그 동안 우리는 시원국의 능이 짓뭉개져, 포도밭으로 변해도 아무런 감각을 갖지 못한 것일까. 역사와 문화를 뒷전으로 한 경제 성장은 어떤 결과를 빚을까. 감문국 장릉은 복원돼야 한다. 장부인의 저주를 받지 않으려면.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8년 10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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