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19-10-16 오후 05:53:54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

문화칼럼-‘뉴욕제과점’이 있던 자리

박인기(경인교육대 명예교수, 한국독서학회 고문)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8년 12월 27일
ⓒ 김천신문
“김천역을 빠져나오면 역전 광장 왼쪽에 뉴욕제과점이 있었다. 양옆에 새시(sash)로 만든 진열창이, 그 가운데 역시 새시로 만든 출입문이 있었다. 출입문 오른쪽에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모형 케이크를 늘 진열해 놓았고 왼쪽에는 주방이 있었다. 오후면 기울어진 햇살이 들어오는 바람에 차양을 드리워야 했다.” (김연수의 소설 ‘뉴욕제과점’ 중에서)
지금은 없어졌지만, 김천역 광장 왼편에 있었던 뉴욕제과점은 김천 출신 작가 김연수가 자랐던 집이다. 작품 ‘뉴욕제과점’은 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작가의 성장 체험과 사실들이 그대로 들어 있어서 허구라고 할 만한 대목이 거의 없다. 그런 탓인지 이 작품에는 지금은 사라진 ‘가까운 근대 김천’의 모습이 진경(眞景)으로 그려진다. 그냥 리얼하기만 한 진경을 넘어서서 형용할 수 없는 내면의 정서적 분위기까지도 근사하여 참으로 진경이다. 그 옛날 명절 대목의 김천역, 야간열차에 내려 고향 김천으로 돌아오던 타관의 김천사람들, 그들이 역 광장을 건너와 마주치던 역전 가게들의 모습, 이 대목 묘사를 읽다 보면 이미 근대 저편으로 가버린 김천의 표정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한 번 더 인용해 본다.
“대목 장사를 바라고 제과회사나 양조회사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조잡한 디자인의 포장지에 싸여 상점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종합선물세트, 혹은 경주법주나 백화수복 같은 것들. 서울이나 울산이나 대전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 생활의 고단한 표정일랑 빈집에 남겨두고 내려온 귀성객들이 홍조 띤 얼굴로 말끄러미 들여다보던 선물세트 견본품 비닐 위에서 번득이던 백열등….”

김연수는 한국 소설의 좌표 하나를 점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1994년 ‘작가세계 문학상’을 받은 이래, 꾸준히 진지하게 작품을 써 왔다. 나는 2005년 여름, 중국 연변대학 교정에서 그를 우연히 지나치듯 만났다. 그는 장편 ‘밤은 노래한다’를 구상하며 여러 달째 연변에서 취재 중이라 했다. 나는 내 일행에게, 김연수를 장차 한국이 자랑해도 좋을 작가라고 했다.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가 앞으로 창작할 작품들의 가능태(可能態)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가 지금 내 나이쯤 되면 그는 아마도 더 의미 있는 문학적 성취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당연히 김천이 자랑해도 좋을 작가이다.
2002년에 낸 그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는 ‘뉴욕제과점’을 포함한 모두 9편의 작품들이 실려 있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유독 ‘김천의 표정’을 잘 담고 있다. 물론 작가는 김천의 표정을 담으려고 작품을 쓰지는 않는다. 작품 형상화 과정에서 그의 성장 체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리라. 이들 작품에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시기, 김천이 겪어낸 사건과 풍물과 김천사람들의 정서적 표정들이 잘 어우러져 녹아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시기도 어느새 아련한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그 아련한 과거는 이제 ‘가까운 근대’로 불릴 것이다. 1960년대 이전이 비교적 ‘먼 근대’로 밀려나면서, 이제는 30~40년 전의 시간이 ‘가까운 근대’의 범주로 들어간다. 시간은 늘 그런 모양으로 퇴적된다. 아니, 시간이 퇴적된다기보다는 우리의 기억이 퇴적되는 것이리라. 이런 기억의 퇴적을 두고, 작가는 뉴욕제과점의 기억들이 그에게는 내면의 불빛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근대의 것들 가운데 김천이 기억해야 할 유산과 유적들을 챙겨야 할 때이다. 김천이 생성한 ‘근대의 문화유산’을 찾아내어 가치를 매겨야 한다. 이들을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현시점에서의 새로운 문화적 과업이다. 뉴욕제과점이 있던 자리를 떠올리며, 그 자리가 주는 문화적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8년 12월 27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도민체전 개최지 선정 관련 도 감사 결과…김천시 ‘처분 요구사항 없음’
˝도심 한가운데 고형폐기물소각장 건립 웬말이냐˝
15만 김천시민들의 화합한마당 `시민체육대회` 막 올랐다
김천시민체육대회 폐막…구성면 연속 ‘종합우승’
포토뉴스-시민체육대회 본부석. 관중석
제8회 다가족 한마음운동회 열려
김천시를 빛낸 자랑스런 22명 시민 시상
포토뉴스-선수단 입장식
김천문화원, ‘대한민국 문화원상’ 수상
19일 오후 2시 김천역광장서 ‘재발견마켓’
기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이 질문에 선뜻 ‘예’라고 답을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 
지난 8월 23일 1년 넘게 끌어오던 김천시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간의 분쟁이 종결되.. 
칼럼
 
예술가는 예술활동 곧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절망하던지, 꿈꾸던지이청(서양화가)‘민중을 거스르면 민중의 손에 망하고, 민중을 .. 
김천부동산
‘김천 아포 스마트시티’ 4일 모델하우스 ..  
‘100세 인생설계, 김천시가 도와드립니다..  
김천 아포읍 ‘김천아포지역주택조합’ 조..  
김천혁신도시의 블루칩 투자처!  
자연과 어우러진 도심 아파트  
김천신문 / 주소 : (39607) 경북 김천시 김천로 62 장원빌딩 6층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임경규 오연택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성 / Mai 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9,253
오늘 방문자 수 : 22,901
총 방문자 수 : 25,446,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