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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필

수필공원 - 어제는 여인천하, 오늘부터 부부천하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6.07.23 10:32 수정 2026.07.23 10:32

김영호(전 대구교육대학교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 김천신문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발표를 열심히 했었는데, 학년이 갈수록 부끄럼이 많아져서 6학년 때는 조 발표 이외에는 거의 발표를 안 했거든요. 근데 선생님은 그런 저의 모습이 안타까우셨나 봐요
2001학년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의 제자로 한양대학교 음대 성악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강수연에게 받은 편지의 일부분이다.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웃음이 많았던 6학년 강수연은 당시 여인천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강수연과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많이 닮았었다. 그래서 6학년 강수연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여인천하가 되었다. 수업 시간에도 강수연이라는 이름 대신에 여인천하라는 별명을 자주 부르곤 했었다. ‘여인천하’는 2001년 2월 5일부터 2002년 7월 22일까지 방영한 SBS 대하사극이며, 소설가 월탄 박종화의 '여인천하'를 드라마로 제작했다. 미천한 신분에서 정경부인으로, 천하를 쥐고 흔든 실권자의 부인이 된 정난정의 도움으로 천하를 호령하게 된 문정왕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최고 시청률은 49.9%이다. 2025년 넷플릭스에 업로드 됐다. 강수연의 편지를 받고 답장을 썼다.

“수연아, 우리 반 반가 생각나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의 곡에 가사를 바꾸어서 불렀는데 매일 두세 번을 불렀을 거야. 그때 수연이 별명이 여인천하였는데, 반가에도 ‘여인천하 강수연’이라고 불렀었지. 네 편지에 제주도 현장학습 간 이야기 중에 ‘수학여행 가서도 한 방 한 방 돌면서 아이들 발 손수 다 씻겨 주셨잖아요. 마치 예수님이 제자 발 씻겨 주듯이……. 저희 모둠은 세 번 만에 통과를 했어요.’라는 글이 보니 새삼스럽구나. 사실 발은 고생은 제일 많이 하면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하지. 그때 그렇게 발 검사를 엄격하게 한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직접적인 이유는 발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는 거였다. 그리고 다음날 다니기가 편하다는 거야. 발만 잘 씻어도 피로를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나, 누구 혼자 따돌리는 아이는 없나 등등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지.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번에 통과된 모둠은 없었어. 대부분 두 번이 많았고 세 번 만에 통과된 모둠도 있었지. 발을 씻고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을 바른 모둠도 있었어. 선생님이 아이들의 발바닥에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확인하던 게 엊그제 같구나. 우리 반만 검사를 한 게 아니고 1, 2, 3반 모두 검사를 했었지.”

여인천하 강수연은 2002년 2월에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를 제40회로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음대 성악과 학사 졸업 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교 오페라과 학장 달린 와일리(Darlene Wiley) 교수의 초청으로 도미하여 석사과정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또한 실력을 인정받아 장학생으로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오스틴 첫해에 클래식 아티스트 디벨롭먼트 재단(Classical Artists Development Foundation) 콩쿠르에서 우승, 발콘 커뮤티니 오케스트라(Balcones Community Orchestra), 라운드 락 심포니 오케스트라(Round Rock Symphony Orchestra), 레이크웨이 아트 커미티 (Lakeway Arts Committee), 라레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redo Philharmonic Orchestra) 등과 협연했다.

8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강수연은 미국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인 파이퍼 아티스트 매니지먼트(Piper Artists Management) 소속 가수 및 전문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2021년 5월 24일 월요일에 모교이자 영호가 교장으로 근무하던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그리고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에 ‘제22회 꽃사슴 음악의 밤’에 출연하여 후배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었다. 2023년 8월 25일 금요일에는 영호의 정년퇴임식에서 축가를 불렀다.

그 뒤로는 가끔씩 카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2026년 5월 18일 월요일에 강수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자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기에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2026년 5월 24일 일요일 점심시간에 구미의 싱글벙글 복어집에서 강수연, 김보결, 이영숙, 김영호 네 명이 모여 화기애애하게 점심을 먹었다. 처음의 짐작대로 김보결과 강수연이 결혼을 하는데 주례를 서 달라는 것이다. 요즘 결혼식은 주례 없는 사회자 중심이 대세라는데, 수연이가 굳이 내가 주례를 서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단다. 아내와 강수연이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강수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랑인 김보결을 좋아했다고 해서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결혼식을 십여 일 앞두고 전체 식순과 영호가 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 신랑과 신부의 초등학교 동기인 장인호가 사회를 보는데 영호는 주례사 후에 혼인서약과 성혼서약을 하면 되었다. 하루 전에 영호의 생각을 주례사로 작성하고, 신랑과 신부가 보내준 혼인서약과 성혼서약을 A4 120g/㎡에 출력해서 상장 케이스에 마주 보게 끼웠다. 2026년 7월 11일 아침 일찍 김천의 화향연화 농장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대구의 예식장으로 향했다. 어제는 여인천하였던 강수연이 오늘부터 신랑인 김보결과 함께 부부천하로 행복한 나날을 살아가길 소망하면서 주례사를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방금 소개받은 주례 김영호입니다. 주례사를 하기 전에 신랑과 신부의 인연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부 강수연은 2001학년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으로 제가 담임을 했었습니다. 신랑 김보결은 6학년 3반 학생이었는데, 제가 6학년 1, 2, 3반의 사회를 수업한 인연이 있습니다. 당시 졸업앨범의 개인 사진에는 장래희망을 적었는데, 신랑 김보결은 사업가, 신부 강수연은 성악가였습니다. 이제 신랑 김보결과 신부 강수연에게 두 가지 당부를 하는 것으로 추례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첫째, ‘역지사지’입니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역지사지입니다. 서로 역지사지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길 당부합니다. 둘째,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라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은 용기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일이라도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내서 잘 헤쳐 나가길 당부합니다. 하객 여러분. 신랑과 신부가 ‘역지사지’와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큰 박수와 함성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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