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흥에 점차 취해가는 고성산 자락, 김천시립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는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사)한국서각협회 김천지부의 제4회 회원작품전시회가 소담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에 출범한 김천서각협회는, 2020년 6월, “나무와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창립전, 2021년 11월 “木이 내 마음, 내 마음이 木”이란 주제로 제2회 회원전, 2022년 11월 “김천의 美와 서각의 숨결展”이란 주제로 제3회 작품전을 개최해 왔다
“생각하는 나무, 하나 되는 우리”를 테마로 설정한 이번 작품전에는 회원들의 원숙미가 엿보이는 필체와 도법이 가미된 수려한 멋을 풍기는 수작(秀作)들이 다수 출품되어 있다.
문상연 지부장은 “나무와 이야기하면서, 가을걷이의 심정으로 창작의 열매를 선보인다”라며, “예술의 길은 완성이 아니라, 완성을 향한 끝없는 추구와 노력이라는 생각으로 새김질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박정국 (사)한국서각협회장은 격려사에서, “김천은 나무에 혼을 새기는 국가무형문화재 김각한 각자장의 고향”이라고 언급하며, “서각은 단순히 나무에 글을 새기는 일이 아닌 작가의 예술혼과 자연이 어우러져 문자 조형예술로 승화되었다”라고 말했다.
예술이란, 삶을 위해 부서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인생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예술적 표현은 중용의 美 “검이불누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즉,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美’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회화가 회화적 공간의 소치로 눈과 사물의 대립이자, 유기적인 정신과 무기적인 사물의 합성이라면, 서각은 書와 刻, 刻과 色 그리고 문자 조형의 결합을 통해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표출하는 예술이다.
또한, 서예가 이차원적 평면예술이라면, 서각은 삼차원의 입체적 공간표현예술이다. 서각은 평면적 문자의 선질(線質)과 점(點). 획(劃)을 입체감 있게 표현해 작가의 혼과 마음이 격조 높게 승화되는 예술 행위이다.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관행적으로 익숙한 길을 잡는다. 이른바 경로의존의 법칙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낯선 길에서 새로움에 눈을 뜬다. 글과 무늬를 나무에 새기고 색을 입히면서 본연의 자아를 만나고, 그 만남으로 예술작품에는 혼이 들어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