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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아뜰리에>시조-어느 먼 날의 밤에 대한 생각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9.06.12 19:45 수정 2019.06.12 19:45

황삼연(시조시인.김천문협 부지부장)

불현듯 소리 없이
천천히 몰려와서

주변을 앗아가며
조금씩 깊어지는

때로는
뼈마디까지
스며들던 저 어둠

캄캄한 한 치 앞
미치도록 싫어서

한때 허우적거리며
걷던 밤이 있었지

그 몹쓸
망연자실을
버티던 그 어느 날



ⓒ 김천신문
약력: 2009 시조세계 등단. 시조집 『설일』
한국시조시인협회 중앙위원, 시조세계포엠 편집위원, 대구시조시인회 이사, 오늘의 시조시인회 이사, 세계시조포럼 회원, 김천문인협회 부지부장, 전 경북문인협회 사무국장
[시작노트]

어쩌다 가끔은 놓쳤던 일들로, 놓아야 했던 일들로 멍해진 가슴에 괜한 서성임을 마다않던 시간이 있었다. 소용없는 일인 줄 번히 알면서 공연한 애착에, 때론 삶이 곧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 스스로를 한없이 몰아가는 우를 범했던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마음을 엿볼까 두려워 자신을 가려주는 어둠이 좋아서 무방비로 몸을 맡기면서 작은 안식을 가져보려는 설렘이었는지 모른다.
시나브로 쌓여가는 기억이 될지라도 전혀 아프지 않으려고 끄집어내 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시조란 틀 안으로 이끌면서 사유하는 시간만큼 호사로운 게 또 있을까. 즉흥적이지 않은, 결코 가볍지 않은, 그렇다고 무거운 건 더욱 아닌 오묘한 은유의 세계, 그 공간이 내게 있어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일 게다.
정형, 그 품안에서 한껏 누리는 자유야말로 무분별하지 않아 좋다.

다시 어느 먼 날의 밤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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